우리가 ‘귤’이라고 하면 딱 떠올리는 감귤은 온주(溫州)밀감이다. ‘사츠마 만다린’이라고 한다. 만감류는 늦게까지 뒀다가 딴다고 해서 편의상 부르는 이름이다. 한자로 만감(晩柑)류라고 쓴다. 황금향, 레드향, 천혜향, 한라봉 등 온주밀감 아닌 것들 대부분이 만감류다.
온주밀감은 12월까지 대부분 수확하고 이후로는 저장한 것이 주로 유통된다. 온주밀감의 힘이 빠지는 1월부터 본격적으로 만감류가 귤 시장에 가세. 만감류는 만다린, 문단, 그레이프 프루트,오렌지 등과 복잡한 교배를 거쳐 생겨난 잡종 품종이다. 귤과 좀 다르게 생겨서는 맛도 가격도 고급스러운 것들이 모두 만감류로 불린다. 각자 맛있는 시기가 달라 순차적으로 나온다. 대표적인 품종으로 레드향은 1월부터, 천혜향과 한라봉은 2월부터 제철로 친다. 황금향은 만감류이지만 더 빨리 익는 품종이라 12월부터 맛있다. 국내 품종인 윈터프린스와 미니향도 마찬가지.
※온주밀감 외 귤이 학술적으로 모두 만감류는 아니나, 생산·유통 등 일반에서 통용되는 분류를 반영했다.
그래픽=조선비즈 디자인팀
2. 일본 품종이 대부분이다
현재 시중의 귤은 대개가 일본 품종이다. 온주밀감 품종도 다양한데 이 모두 일본에서 들어왔다. 온주밀감보다 늦게 도입된 만감류도 마찬가지. 한라봉, 천혜향, 레드향, 황금향 등 대표 품종의 이름은 국내 실정에 맞춰 바꿔 부르는 것으로, 각각 ‘시라누이(不知火)’ ‘세토카(せとか)’‘간페이(甘平)’ ‘베니마돈나(紅まどんな)’가 본명이다.
농촌진흥청, 농업기술원등에서 꾸준히 우수한 신품종을 내고 있어, 향후 일본 품종을 대체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온주밀감으로는 하례조생이 적은 면적 재배 중이고, 만감류는 윈터프린스, 미니향, 가을향 등이 최근 나왔다.
3. 일본에 왕벚나무(사쿠라) 주고, 미캉(밀감) 받았다
20세기 초 제주에 머물던 에밀 타케 신부는 제주도에서 자생하던 왕벚나무를 발견해 유럽 학계에 보고한 식물학자이기도 하다. 그가 1911년 일본에서 활동하는 선교사에게 왕벚나무를 보내고, 답례로 온주밀감 나무를 받아온 것이 제주 귤 재배 역사의 시작이다. 그 나무는 여전히 서귀포시 서홍동 ‘면형의 집’에 있는데, 올해 1월 현재 고사 위기다. 이 최초의 온주밀감 나무 이후로 재일교포들이 제주도로 온주밀감 묘목을 대거 보내주면서 온주밀감 농사가 자리잡았다. 온주밀감 나무가 ‘대학나무’로 불릴 정도로 귤이 귀하던 때도 있었다.
4. 아무튼 올해도 귤 맛이 잘 들었다
귤 맛은 제주도 연간 기상에 따라 오락가락한다. 강수량이 큰 영향을 준다. 귤 열매가 자라고 영그는 여름에 비가 많은 해는 싱거운 귤이 난다. 수확기에 다가선 겨울 강수량도 똑같이 영향을 준다. 올해는 귤 맛이 좋은 해다. 지난해에 장마는 짧았고 무더위는 길었다. 귤 생산량이 뚝 떨어졌던 2010년엔 56만8000t이 생산되고 농가소득은 6685억원으로 집계됐는데, 2017년엔 약 60만t이 출하되고 농가는 9144억원을 벌었다. 그사이 만감류 재배 비율이 높아지며 같은 생산량이라도 소득은 높아졌다. 1조원 시대를 내다본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는 2018년 생산량과 소득액(2019년 7월 집계 예정)도 2017년 수치와 비슷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5. 같은 귤이라도 늦게 딴 것이 더 맛있다
끝물 귤이 가장 달고 맛있다. 물론 과일이 단지 달기만 해서 맛있는 것이 아니기에, 품종별로 단맛과 신맛이 최적의 균형을 이루는 시기를 제철로 본다. 한라봉과 천혜향은 지금부터 시작. 1월 중에는 맛이 덜하다. 가온 시설에서 재배한 것은 그러나 좀더 일찍 익어 맛이 낫다. 최근 몇 해 사이 이상고온이 가을까지 지속되어 상대적으로 신맛이 덜하고 단맛이 뒤늦게 오르는 경향도 있다. 한겨울에 노란 열매를 매단 제주의 관상수 하귤, 음료용으로 인기 좋은 당유자, 꾸준히 마니아층이 있는 팔삭 등 재래종 귤들은 다음해 꽃이 피는 5월까지 단맛을 기다려 먹기도 한다.
6. 요즘 인기 좋은 타이벡은 도시 취향 귤이다
타이벡 소재의 흰 천을 온주밀감 나무 밑에 깔아 키운 것이다. 햇빛을 반사해 고루 익고, 귤나무로 스며드는 수분을 차단한다. 물을 굶겨 당도 높고 진하게 압축된 귤을 얻는 것이다. 이렇게 키운 귤나무는 다음해 꽃이 피지 않아 과실도 얻지 못하는 ‘해걸이’를 겪게 되어 그만큼 가격도 뛴다. 몇 해 사이 고급 귤로 소비자의 입맛을 저격하고 있다.
제주 현지에서는 정작 신맛이 부족해 선호하지 않는다고 하는, 엄연한 도시 취향 귤. 비가림은 지붕이 있는 하우스에서 재배한 것이며, 이른 시기 나오는 하우스 귤은 종자 자체가 극조생종으로 맛이 덜하고 빨리 곯는다. 노지에는 주로 조생종과 중생종을 키운다.
7. 귤의 북방한계선, 진격의 북상 중
귤은 남해를 건너 이미 중부 내륙까지 북상했다. 제주를 제외한 육지 재배 면적은 2017년 1월 노지 재배 기준 전남 20 ha , 경남 18 ha 이며, 시설 재배의 경우 전남과 경남부터 강원, 경기권까지 북상해 있다. 물론 온난화 영향이다. 그러나 서울산 귤을 보자면 아직 몇십년은 멀었다. 제주도가 따뜻한 곳을 좋아하는 귤 재배 적지가 된 것도 불과 몇 해 사이의 일이다.
8. 귤 과피의 흰 가루는 농약?
종종 귤 겉껍질에 흰 가루가 묻어 있을 때가 있다. 무해한 탄산칼슘이다. 물에 씻으면 된다. 귤의 겉껍질이 부푸는 것을 막아준다. 겉껍질 속의 흰 부분은 통칭 귤락이라 부르는데 정확한 명칭은 알베도층이다. 무미, 무취한 식이섬유 덩어리다. 귤 겉껍질 영양성분은 겉면 붉은 부분에 다 들어 있다.
9. 귤을 둘러싼 몇 가지 도시전설의 진실
귤을 밤새 까먹다가 손바닥부터 발바닥까지 샛노래졌다는 도시전설이 종종 들려온다. 귤을 너무 많이 먹어서 귤의 색소가 물든 것. 저절로 빠진다. 난로에 구운 귤에 대한 전설도 내려온다. 단맛이 쫙 오른 구수한 향의 뜨거운 귤을 그대로 먹어도 겨울철 별미 간식, 그것을 차게 식혀 먹어도 단맛은 여전하다. 박스째 산 귤에 곰팡이가 다 피는 경우가 왕왕 있다. 말랑하고 껍질이 얇은 귤일수록 상하거나 곰팡이가 나기 쉽다. 빨리 먹어 치우거나, 소량씩 분산해 담아 두는 것 외엔 뾰족한 방법이 없다.
10. 불법으로 밀거래되는 귤이 있었다?
너무 작은 귤, 너무 큰 귤은 과거 유통이 금지됐었다. 귤 출하 관련 조례가 개정되어 이제 당도 10브릭스 이상만 되면 크기 관계없이 모든 귤이 출하 가능하다. 여름철 채 익지 않아 무척 시고 단맛이 거의 없는 푸른 온주밀감을 솎아 딴 것을 과일청 등 가공 용도로 활용하는 풋귤 역시 2016년부터 유통이 허용됐다.
자료=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감귤연구소·제주특별자치도 농업기술원
댓글 없음:
댓글 쓰기